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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붕 아시아인들의 가족감동 프로젝트, 『러브 인 아시아』* / 안재동
이제 한국은 단일민족이아니라 다민족국가란 말을 요즈음엔 자주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한국인의 국제결혼이 보편화되었다는 사실을 이름일 게다.
그렇게 이젠 대한민국도 ‘단군의 자손들만이 사는 나라’는 아닌 셈이 된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한국인의 결혼 문화가 과거와는 상당 수준 달라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사실을 반증이나 하듯 텔레비전에서도 국제결혼 관련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그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자리를 빠르게 잡아가고 있다. KBS 제1TV의 『러브 인 아시아』(매주 토 오후 5:10~6:00)가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아시아다! 한지붕 아시아인들의 가족감동 프로젝트’, ‘그들이 아닌 우리! 아시아 이웃의 소통을 통한 문화 이해와 인식의 품앗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하나되는 사랑으로 완성되는 부부와 가족. 그 삶의 이야기’ 등을 제작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최근 증가 일로에 있는 한국인들의 국제결혼 추세에 편승하여 관련 프로그램을 특화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주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프로그램은 또한 그런 제작방향에 걸맞게 우리나라에 시집온 외국 여성들의 어려움, 특히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고생하며 때에 따라선 마음의 상처 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선 당사자 본인의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배우자는 물론 시부모나 다른 모든 가족 구성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일깨워 준다. 그 외에도 일상생활상을 밀도 있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아무튼, 날이 갈수록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의 빈도가 높아가는 상황이고 보면 『러브 인 아시아』야말로 국제결혼 관련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향후 대한민국이 다민족국가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시금석으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러브 인 아시아』는 지난 1월 27일(토)자로 방송 60회째를 맞이했는데 본 회차의 부제는 ‘세부에서 온 그녀, 억척 돈나벨’이었다.
돈나벨 씨는 필리핀 출신으로 아침에는 공장직원, 오후에는 영어강사(3군데) 등 ‘투잡스족’으로 하루 종일 시내를 누빈다. 그런 그녀는 수첩 빼곡히 적혀있는 바쁜 일정에 맞춰 동분서주하는 강한 생활력과 야무진 인생계획을 가지고 있다.
돈나벨 씨의 하루 일과는 구체적으로 이렇다. 아침엔 직장으로 출근하는데, 그 길에 먼저 두 아이를 놀이방에 데리고 간다. 그 다음엔 9시까지 핸드백 만드는 공장으로 출근한다. 그곳에선 포장 일을 하는데 점심 시작시간 전까지의 파트타임(시간제 고용) 일이다. 그 일이 끝나면 다음 일터인 영어학원으로 향한다. 점심은 이동 간에 해결하는데, 주로 지하철 객차 내에서 미리 준비한 김밥 한 줄로 해결한다. 그렇게 학원에 도착하고 나면 곧장 맡은 강의를 시작하고 그 일과는 오후 내내 이어진다. 오후 6시경에야 퇴근을 하게 되지만 아이들을 맡긴 놀이방으로 직행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 저녁 7시경이나 되어야 아이들을 놀이방에서 데리고 나올 수가 있다. 날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사는 일이 그녀의 일상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그녀의 억척스런 삶은 어느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녀 스스로의 선택이요 의지에 해당한다. 먼 미래를 위해 세워 놓은 인생계획 때문이며 아직 건강하고 젊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라며 그녀는 소박하게 말한다.
그녀의 남편인 김점수 씨는 8년째 병원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24시간 격일제의 고된 업무를 하는 전형적인 근로자다. 하지만 최근엔 밤낮 없이 책을 놓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필리핀어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인 돈나벨 씨의 불만도 작용했다. “왜 당신은 필리핀 문화와 말을 안 배우려고 해요?”라며 필리핀의 문화와 언어에 무관심하다는 투였다.
이에 『러브 인 아시아』제작팀에서는 미리 준비한 ‘필리핀어 정복 프로젝트!’로써 가정에서의 대화를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필리핀어 50문장을 엄선해 김점수 씨에게 전달했는데, 그는 난생 처음 읽어보는 필리핀어 앞에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방송 스튜디오에서 그 성과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은 다분히 감동적이었다. 그 자리에서 깜짝 순서로 필리핀의 장인·장모와 직접 전화통화(인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장인·장모와 통화를 해 보지 못했던 김점수 씨가 통화를 필리핀어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아내의 모국어 정복을 향한 남편 김점수 씨의 피나는 도전기인 셈이다.
이번 회차의 방송 내용에서는 필리핀 ‘세부’의 풍경을 보여주었는데, 그곳이 돈나벨 씨의 고향이었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세계적 유명 관광지라는 필리핀 ‘세부’의 풍경과 문화가 영상과 해설로 알기 쉽게 소개되어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로도 작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의 돈나벨 씨의 성장배경과 그녀의 친정 가족에 대한 소개, 그리고 간호사와 라디오방송국 성우로서의 그녀의 과거 활동에 관한 사항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그녀의 부지런한 현 투잡스 활동은 필리핀에서부터 시작된 투잡스 정신의 연장선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이번 방송에서는 또 제작진이 한국에서 돈나벨 씨의 일상생활을 촬영한 영상편지(비디오)를 필리핀 친정에 전달하기도 하였는데, 그것을 감상하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친정 가족들의 모습도 사뭇 인상적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돈나벨 씨! 바쁜 오늘이 그녀의 미래에 큰 행복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게 하였다.
방송 진행자의 말대로 행복은 분명 연습할수록 커지는 것일 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수많은 국제결혼 가정이 이번 방송 내용처럼 행복을 연습한다면 이 사회는 밝아질 수 있으리라.
본 『러브 인 아시아』의 기획의도로는 국경을 넘어 꿈과 사랑을 이어가는 국제결혼이민자들의 가족사랑, 한국으로 꿈을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코리안 드림, 한국과 아시아를 잇는 이해와 나눔의 통 아시아 품앗이 등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늘날 한류열풍 속에 아시아의 중심에 선 한국. 그 속에는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다양한 아시아인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한국 속의 그들. 이럴 즈음에 코리안 드림의 실현을 위해 이 땅을 찾는 아시아인들을 우리네 정서속의 새로운 가족으로 정착하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사실적이고 진실성 있게 조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프로그램에선 바로 그런 점을 주요 고민거리로 안고서 프로그램 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즉, 국제결혼 당자사들의 단순한 알콩달콩식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문제의 발견과 처방 혹은 처절한 생존투쟁적 측면에 더 무게를 두어야 프로그램의 진정한 존재가치가 발휘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삶과 생활상을 보다 깊이 있고 치열하게 조명해 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 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흥미위주의 제작 자세로만 일관한다면 시청자들에게 국제결혼에 대한 환상만 안겨주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제작진은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방송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제작진의 각본에 따른 일방향성 혹은 하향전달식보다는 출연자와 방청객 간의 ‘질의-답변’ 같은 코너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다소의 긴장감과 버라이어티성도 가미하도록 주문하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이웃과 이웃이 그리고 민족과 민족을 초월하여 국가와 국가가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이 작금의 지구촌 현실이다. 이러한 오늘날의 다문화 시대에, 국경을 넘어 꿈과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넓히며 새로이 할 필요가 다분하다. 그런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내는 『러브 인 아시아』에서 가족의 가치와 정(情)이 어떤 것인지 이 글의 독자 여러분은 열린 시각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시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원하는 그 무언가를 찾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2007. 2. 9 / 아시아문예 2007.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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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 도창회의 문학세계와 명작수필 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