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결혼 시대의 한국! 그리고 코시안 * / 안재동
한국은 지금 국제결혼의 시대를 걷고 있다. 특히 한국인과 아시아인이 결혼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코시안(Kosian)이라 일컫는다.
코시안이란 용어는 1997년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들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을 합성해 만들었다. 넓게는 일본인과 중국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를 가리키지만, 좁게는 한국인과 동남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1990년대 이후 취업을 위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들어와 2002년에만 40여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국인 어머니와 아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코시안 가정이 5천～1만 가구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들이어서 여러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그 동안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차별대우를 받았을 뿐 아니라, 1999년 이전까지만 해도 불법체류자로 단속에 걸리면 무조건 강제추방을 당했다. 2000년 본국과 한국에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 한해 영주권 개념의 F2비자(사증)를 발급하고, 2002년 5월부터는 국내 취업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임금이나 직종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고, 귀화 절차도 까다로우며, 단일민족의 성격이 강해 배타적인 한국사회의 풍토 등으로 인해 외모가 다른 코시안들에 대한 사회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한편, 이들 코시안은 앞으로 점점 그 수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미래 한국의 주요 정치 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와 관련, 최근 보도된 신문 기사를 잠깐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 3만5000여 명인 혼혈인구는 2020년께 16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금의 강원도(152만 명)보다도 큰 규모의 인구집단이 형성되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인 배우자와 친지를 포함하면 혼혈인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추산은 국제결혼율이 매년 상승해 우리와 사회.경제 여건이 비슷한 대만(32%.2003년) 수준에 이른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경우 2020년엔 20세 이하 인구 5명 중 1명(21%)이 혼혈인이 되고, 신생아 3명 중 1명(32%)이 혼혈아가 될 전망이다. 이는 실제 상황과 다를 수도 있다.(‘코시안 정치세력화 가능… 2020년엔 신생아 3명 중 1명이 혼혈’, 중앙일보, 2006.4.4)
한국의 국제결혼율은 2003년 8.4%, 2004년 11.4%, 2005년 13.6% 등 최근 3년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보은군의 경우 지난해 40%대로 기초자치단체 중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함평군, 임실군, 진안군, 단양군, 옥천군, 영동군 등도 30%에 상회하는 등 일부 지역의 경우 국제결혼율이 매우 높고 다른 곳도 점점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 배우자의 국적은 조선족인 중국동포가 59.5%로 가장 많고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출신이 17.7%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대체로 동남아 출신들은 농촌으로 시집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국 동포 출신은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 주변이나 공단 지역에 분포한다고 한다.
농촌지역의 국제결혼이 늘어난 이유는 결혼 적령기를 놓친 농촌 총각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며 서울시의 경우에도 18.25%로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향후 6년 이내 농촌의 경우 초등학생 4명 중 한 명 꼴이 아시아계 결혼이민자의 자녀가 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코시안 문제와 맥락을 같이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 최근 화제다. 공영방송 KBS의 『러브 인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10분부터 6시까지 50분간 방송되며 방영 채널은 KBS 1TV다.
지난해 11월 5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KBS의 간판 신영일 아나운서와 아시아권 한류의 중심에 선 탤런트 양미경 푸근한 진행으로 아시아인들의 삶을 진솔한 시각으로 본격 조명하고 있다.
『러브 인 아시아』는 한지붕 아시아인들의 가족감동 프로젝트, 아시아 이웃들의 소통을 통한 문화 이해와 인식의 품앗이, 하나 되는 사랑으로 완성되는 부부와 가족, 그들의 삶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을 주요 기획의도로 삼고 있다.
또한 『러브 인 아시아』는 국경을 넘어 꿈과 사랑을 이루고차 이 땅을 찾은 아시아인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조명하고, 그들의 삶에 바짝 다가서서 그들이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한다.
특히 제각각의 사연을 싣고 낯선 이국땅으로 시집 온 외국인 며느리들이 오늘도 겪고 있는 음식, 언어, 의식 등 문화의 차이로 인한 수많은 시행착오들. 이런 출발로부터 이제는 현실로 자리 잡은 우리 사회 아시아계에 대한 가족 간의 정, 이웃과 사회의 애정 어린 관심을 ‘러브 인(人) 아시아’ 라는 이름으로 품어 나가고 있다.
『러브 인 아시아』의 주요 방영 내용을 잠깐 소개코자 한다.
마노뽀～ 아나벨!(1회 방송, 2005.11.5).
전남 함평 월야면의 필리핀 팡가시난에서 온 아나벨(38) 이야기다. <남편 정병옥(44) 시어머니 김점례, 아들 성민(8), 성규(7), 딸 유미(5)>
1995년, 필리핀 팡가시난 고교의 생물 선생님이었던 아나벨은 3년 동안 주고받은 연애편지의 추억을 들고 생면부지 한국을 찾아왔다. 지난 10년간의 한국 생활은 그녀를 여느 전라도 아줌마보다 더 억척스런 농부의 아내로 바꾸어 놓았는데…. 농사 지으랴, 삼남매 키우랴, 시어머니 극진히 모시랴, 하루해가 짧다는 대한민국 억척주부 아나벨의 처녀적 꿈과 함께 한국에서의 사연이 절절히 공개됐다. 또 전남 함평에 불어닥친 요절복통 필리핀 인사법 마노뽀 열풍도 고스란히 전달됐던 유쾌한 시간! 곧 아나벨 가족의 필리핀 친정 방문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앗살람 알레이쿰～ 페루자!(2회 방송, 2005.11.12).
충북 청원 저곡리의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에서 온 페루자(3l) 이야기다. <남편: 이준모(42) 딸 이세미(5)/ 아들 이종호(3)/ 여동생 딸 시리나(4)>
페루자를 친딸처럼 아꼈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몰려들었던 빚쟁이, 그리고 충격으로 쓰러졌던 남편, 2년간 남편 병수발을 해가면서 가족을 돌봐왔던 페루자의 눈물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친정에서 보내온 영상편지에서 밝혀진 페루자의 가족이야기. 우연히 사고를 목격했던 어머니가 혼자 살아남은 3개월 된 페루자를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스튜디오를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페루자의 인생역정 스토리.
사와디캅～ 사바펀!(3회 방송, 2005.11.19).
강원도 정선 월루마을의 태국 농카이에서 온 사바펀(35) 이야기다. <남편 심창섭(45), 큰딸 은혜(7), 둘째 아들 재성(5), 막내 아들 재돈(3)>
무뚝뚝하지만 정깊은 강원도 남자 심창섭씨와 1996년 결혼 후 세 아이들과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가던 사바펀에게도 시련이 닥쳐왔으니, 뇌졸중으로 쓰러진 시어머니의 병간호로 2004년 효행상을 받기까지 사바펀의 孝이야기
멀리 태국 농카이까지 전달된 강원도 정선 주민들이 마련한 정성가득, 인심가득 통 꾸러미가 공개됐다! 그리고 사바펀의 소원이었던 스류디오에서의 깜짝 결혼 서약까지! 사바펀 가족의 행복한 이야기가 가득찼던 시간
삼베노～ 수미아수렌!(4회 방송, 2005.11.26).
전북 김제 광활면의 몽골 유순주일에서 온 수미아수렌(29) 이야기다. <남편: 강명식(36)/ 아들 강동혁(4)/ 딸 강지현(20개월)>
2000년 12월 사랑을 찾아 가방 하나 달랑 싸서 국경을 넘은 수미아수렌!
부모님께 편지 한 장으로 결혼소식을 알렸었다는데…. 부모님께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흘렸던 수미아수렌의 눈물. 또 전북 김제 주민들의 힘으로 펼쳐졌던 모두 한데 어우러진 감동의 순간, 수미아수렌 부부의 몽골 전통 혼례식! 그리고 한번도 얼굴을 직접 보지 못했던 사위가 보낸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몽골 가족들의 아주 따뜻한 미소도 느낄 수 있었다.
슬라맛치앙～ 델시!(5회 방송, 2005.12.3).
경북 문경 마성면의 인도네시아 슬라웨시에서 온 델시(26) 이야기다. <남편: 민병선(47)/ 아들 민영기(2)/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아주버니/ 조카>
인도네시아의 발랄, 유쾌한 소녀가 21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의 바다 사나이를 만나 한달만에 결혼하기까지 좌충우돌 결혼 스토리….
철없는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물설고 낯선 이국땅으로 시집와 시부모, 시아주버니, 조카들까지 돌보며 3대 가족이 모여 사는 대가족집의 며느리가 되기까지 델시의 우여곡절 사연이 공개됐다. 또 친정엄마 같은 델시의 수양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끝이 보이지 않았던 문경 주민들의 델시 자랑, 주민들을 위해 델시가 직접 마련했던 인도네시아 전롱음식 ‘가도가도’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
나마스까름～ 엘삼마!(6회 방송, 2005.12.10).
경기도 이천의 인도 께랄라에서 온 엘삼마(39) 이야기다. <남편: 오경환(47)/ 큰아들 오효성(초등학교3)/ 둘째아들 오효준(7)>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없이 자라 외로웠던 엘삼마는 1996년 가족을 찾아 한국으로 떠나왔다. 하지만 사랑 하나만으로 행복할 줄 알았던 한국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고 아이를 낳으면 제일 먼저 피부색부터 확인했다는 엘삼마. 엘삼마의 피부색 때문에 겪어야 했던 설움과 시댁가족에게 인정받기까지 10년 세월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엘삼마의 또다른 가족 이천 주민들이 엘삼마를 위해 펼쳤던 한마음 대작전과 그동안 엘삼마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가 모두 쏟아졌는데…. 시종일관 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인도 외삼촌, 외숙모 부부의 엘삼마를 향한 그리움과 엘삼마를 위해 스튜디오로 보냈던 정성어린 선물이 공개됐다.
전티투화이～ 선영아 사랑해!(7회 방송, 2005.12.17).
경남 창원의 베트남에서 온 전티투화이(32) 이야기다. <남편 김한연(37)>
보고싶은, 안고싶은, 안지고 싶은 너무나 그리운 우리 딸 선영이～. 전티투화이 부부의 만남과 결혼, 한국생활 풀～스토리가 소개 되었다. 베트남의 하늘하늘한 아오자이를 닮은 그녀∼ 전티투화이! 그녀에게 첫눈에 푹~ 빠진 한국 남자가 있었으니…. 눈만 감으면 전티투화이의 환한 미소가 아른거렸다는 김한연씨는 그녀를 쫓아다니며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쳤고 결국 김한연씨의 프러포즈에 마음을 허락한 전티투화이～. 그러나 사랑 하나면 모든 게 완벽하리라 생각했던 한국생활은 혼인신고에서부터 외국인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하며 힘든 타향살이를 예고하는데…. 남편의 건강 악화와 빠듯한 살림으로 인한 생활로 부부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물, 선영이를 베트남 친정으로 보내게 되고 선영이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커져만 간다. 앞으로 3년 뒤, 선영이가 6살이 되는 해 데리러 가겠다는 부부의 특별한 약속과 베트남에 딸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눈물겨운 사연!
『러브 인 아시아』는 2006년 4월 29일 현재 23회분이 방송되었으며, 23회차 방송 주제는 ‘터키에서 온 그 남자, 그 여자 이야기’였다.
『러브 인 아시아』는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관심, 함께 하는 아시아인들의 이해와 사랑을 따뜻한 시각으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3주간의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이번 가정의 달 기획을 통해 최근 들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코시안’ 즉 아시아 국제결혼가정의 자녀와 결혼이주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고, 국제결혼가정이 이 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무엇인지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특집으로 펼칠 예정이다. 방송일은 2006년 5월 6일과 13일, 20일 등 세 차례이고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10분부터 KBS 1TV 채널로 방영된다.
그 첫 번째 시간의 주제는 ‘아이들이 그리는 세상 - 코리안’인데,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이 바라보는 가족, 학교, 사회의 이야기로 꾸며지고, 두 번째 시간의 주제는 ‘소통 - 코리안으로 말하고 싶다!’로써, 결혼이주여성의 우리말 교육 문제와 그 현실을, 세 번째 시간의 주제는 ‘우리는 하나 - 코리안’으로, 우리 사회의 그늘에 묻혀있는 국제결혼가정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고 그들이 햇빛 속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노력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러브 인 아시아』는 지난 회차분도 인터넷으로 언제든지 방송 시청이 가능하며,
http://www.kbs.co.kr/1tv/sisa/loveasia/index.html 로 접속하면 된다.
국제결혼 시대, 특히 한국인과 아시아인과의 결혼이 급증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인에게 아시아인들은 혹은 아시아인에게 한국인은 결국 한가족 공동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이럴 때(적시에) 『러브 인 아시아』와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함으로 인하여 국민들이 아시아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흡족하기 이를 데 없다
* 계간 <아시아문학> 2006.여름호 수록
이제는 노벨문학상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