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단한 일 * / 안재동
오늘날은 그리 대단하다 할 수 없는
보통 국가, 보통 민족으로 보이는 몽골인의 선조
칭기즈칸이 한 때 세계를 지배한 일이
대단한 일이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일과
이순신 장군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급했던
조선을 구한 일과
황우석 박사가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세계적 권위자가 된 일도 참 대단한 일이다
세상엔 대단한 일이 또 있다
스타 커플들의 탄생의 현장에
기자와 피디와 유명인들이 구름처럼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몇 초 정도의 상업광고에
수백만 원씩이나 드는 값 비싸고 영향력 있는
공중파 티브이에서
그들의 소식을 연일 반복적으로
수십여 분 동안씩이나 전하는 일이 그렇고
몇 년 혹은 수십 년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삶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자원봉사인들이나
위급에 처한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헌신적으로 던진 의인들의
길목엔 별 관심이 없는 대중들의 정서와
취재진의 발자국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또한 대단한 일이다
꽃들은 대개 늘 하늘만 바라보다 시들지만
그저 땅바닥만 바라보다
일생을 마감하는 꽃들도 있다는 일에 대해서야
대단하다 할 순 없지만
대단하지 않은 일이 대단하고
대단한 일이 대단하지 않기도 한, 때론
대단한 일이 너무나 많은
사람 사는 사회가 정말 대단하다
*월간<시사문단> 2005년 7월호 수록
|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