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 / 안재동

아주 혼잡한 인도에서
자전거 하나가 사람들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지나치며
부딪히지도 넘어지지도 않고
잘도 달린다 바퀴 달랑 두 개로

정상적인 압력으로
혈관을 막힘없이 흐르는 혈류처럼
누군가 페달을 힘차게 밟아야만
고유의 모습을 갖추는 그 바퀴는
평면과 공간 사이의 문을 여닫는
하찮지만 위대한 열쇠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못쓸

움직여야만 바로 서는 자전거를
수월하게 세우기 위해
처음엔 보물찾기보다도 힘든
열쇠찾기를 해야 한다
순간순간 공간에 떴다가 평면으로
곤두박질쳐 가면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 새처럼

자전거 선수는 자전거를
바퀴 한 개만으로도 잘 세우지만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곧바로 쓰러진다
때론 사람이 자전거를 닮아 보인다

*계간<대한문학세계> 2005.여름호 수록
*월간<문학21> 2005.6월호 수록
*월간<문학세계> 2005년 7월호 수록


꿀맛	안재동	05·12·03	3261	42
불타는 양양	안재동	05·12·03	333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