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타는 양양 * / 안재동

양양에 붉은 바람이 또다시 불었다
숲을 삼키고 집을 삼키고
사람까지 다치게 하고
이천 명이 넘는 주민들을 대피하게 하니
난리다 환란이다
이 따뜻하고 평화로운 봄날, 어찌 이런 일이

양양이며 영덕이며 남원이며 영동 등
2005년 4월 28일 하루 동안에만
전국 19곳에서 75만여 평의 숲을
붉은 바람이 새까만 재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음침한 어느 곳으로 기어들어
웅크리고 앉아
마구 삼켰던 것을 되새김질하고 있을

2005년 4월 4일엔 양양 땅에 찾아왔던
그 불청객을 잠재우려
일만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동원되었지만
낙산사도 동종까지도
하마가 물먹듯 꿀꺼덕 삼켜버리고
유유히 사라졌던 붉은 바람
아직도 배고프다며 각설이처럼 또 찾아왔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너는
대체 누구의 자식이더냐

*계간<대한문학세계> 2005.여름호 수록


자전거	안재동	05·12·03	3252	35
순결의 땅	안재동	05·12·03	3518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