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봄날에 * / 안재동

대지의 숨통을 조이듯
도심 땅바닥을 온통 뒤덮은
보도블록 틈바구니를 비집고
소리 소문 없이 파 오르는
저 초록의 풀잎들

겨우내 죄다 깡말라
죽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나목들에서 솟아나는 움들

척박한 밭에서도 들녘에서도
언제 생겨났는지
옹기종기 모여 배르르 웃고 있는
갖가지 떡잎들

보라,
저들의 모습은 마치
갓난아기 손가락만큼 유약하나
그 숨소리가 대기를 마구 휘저으니
아아, 천지가 진동하는구나
겨우내 영양실조 걸린 환자처럼
비실대다 소생하는 영혼들

오,
생명체에
탯줄처럼 고마운 대지여
자연의
위대한 힘이여, 지고한 사랑이여

* 월간<문학21> 2005.4월호
*《산고랑에 흐르는 실개울 물소리》(2005 한국육필시인협회 사화집) 수록


불꽃	안재동	05·12·03	3237	38
삶의 힘	안재동	05·12·03	3380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