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얼리서 * / 안재동

28층 높이의 어느 건물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움직인다
작아서 누가 누군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다
그중에서 누군가가 지시를 하는 듯하고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착착 움직인다
개미떼도 아마 저럴 것이다
사람이든 개미든 그들만의 질서가 없다면
떼를 형성 못 할 것이다

밤이 되었다
63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로마다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휘황찬란한 빛줄기를 형성하며 어디론가 움직인다
신기하고도 아름답게 줄을 이룬다
질서란 게 없다면 저렇게 정연한 모습이 가능할까?

얼핏 보기엔
개미떼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비슷해 보인다
머얼리서 볼 땐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서로 치고받고 아귀다툼을 벌이거나
세상을 흔들 작정이나 하고 있을 게야
그런 뉴스가 밤낮없이 귀를 때리니까

개미만도 못한 사람이 사람 사회엔 많지
신은 보고 있을까?

* 월간 《시문학》 2017년 8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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