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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곤거림 * / 안재동
계절이 바뀌어도
여기
저기
또 여기, 저기서
계절과 사람들의 소곤거림이 여전히
자라난다
우리가 이미 보았던 것처럼
가끔은 군인들이 세상을
장기판보다 가볍게 뒤엎기도 했다
민중의 힘이 세상을 다시 바꾸고
거꾸로 가든 앞으로 가든
마차의 수레바퀴는 힘있는 것이
돌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어느 회사는 노조를 노조는 회사를
제압하기 위해
기업의 기획실은 다른 경쟁업체를
넘어뜨리기 위해
수재들이 생각의 껍질들을 까면서
끝없이 소곤거린다
저녁 무렵이면
주점이나 포장마차에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쌓인 피로조차 잊은 채
상사나 고참 아니면 동료의 약점들까지
안줏거리로 삼아
아주 튼실한 이빨로 오징어 다리처럼
질겅질겅 씹기도 한다
계절의 모반도 계속된다
겨울은 가을을 모반했고 필시 봄에 의해
모반 당할 것이다
수레바퀴를 돌리고 싶은 자들의 수다는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하다
모반의 꿈은
나의 힘 너의 힘 우리 모두의 힘
우주의 끝까지 모르스부호처럼 전달되는
모반의 신호
소곤 소곤 소곤 소곤
*월간<문학21> 2005년1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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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