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발 * / 안재동
기원전 217년경
카르타고의 영웅 한니발 장군이
로마를 치려 대부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을 때 그 병사들,
가죽신발을 신었을까? 슬리퍼를 신었을까?
아니면 헝겊 따위로나 발을 대충 감쌌을까?
근대 조선의 병사들에게도
짚신이 고작이었을 터
오늘날처럼
튼튼하고 기동력 우수한 가죽 군화,
고기능 특수 등산화들이 즐비했을 리
만무한 세상
결국 수많은 병사가
전투도 아닌 혹한으로 죽었다는데
그중 발 온전한 자 몇이나 되었을까
발 얼어 죽은 자, 미끄러져 죽은 자,
무슨 신발을 신었을 지가
도무지 궁금하다
어느 한겨울 날, 배불리 저녁을 먹고
공설운동장에 나서 트랙을 달린다 조깅으로,
4백 미터 트랙을 겨우 서너 바퀴 돌자니
숨부터 헉헉 차오르지만
지금 내 발을 감싼 건
그야말로 폭신하고 탄력성 높은
운동화 아닌가
한니발의 병사들은 대체
무엇으로 만든 신발로 알프스를 넘었을까
아무리 눈보라 거세고 추운 날에도
발 얼어 죽었단 사람은 잘 볼 수 없는
요즘 세상
*계간《지구문학》2009. 여름호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