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례(崇禮) * / 안재동
우리의 적국이나 경쟁국이
숭례문을 불태웠다면
필시 전쟁 터지고 말았을 일
한 나라쯤 휩쓸어버릴 만한
수량(水量) 지닌 어느 댐 하나
어쩌다 내부로부터 뚫린
작은 구멍 하나로 일순 무너져
온 나라 물바다 되고 만 기분
어느 딴 나라 특공대도 아닌
단군의 자손, 우리 혈육
어느 날 느닷없이
우리 보물 1호를
불 싸질러버리고 말았고나
등잔 밑? 정말 어둡고말고
이건, 숭례문만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 혼 속의
숭례(崇禮)까지 사라진 거야
뱀처럼 징그럽게
버얼건 혓바닥 날름거리며
다짜고짜
숭례문 잿더미 만들어버리던
그날,
그 전날,
그 전전날,
그 전전전날,
넌 뭘 했니?
누구, 숭례문 생각난 사람 있소?
* 계간 <문학21> 2008.봄호 수록
* 계간《세계환경문학》2008. 봄호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