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화상 · 2 * / 안재동

"당신 뭐야?"라고 누가 다그칠 때
"나 OO 이다" 라고 탕탕하게
대답한다면

그 사람은
아주 힘센 사람이거나, 아니면
무슨 큰일을 저질러버린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이 든다

"당신 뭐야?"라고 누가 다그칠 때
"나 OO 밖에 안 됩니다" 라고
흐물흐물 대답한다면

그 사람은
매우 겸손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아주 힘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이 든다

"당신 뭐야?"라고 누가 다그칠 때
"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고
태연스레 말한다면

그 사람은
탕탕해 보이지도
흐물흐물해 보이지도 않을 거란
상상이 든다

"당신 뭐야?"라고 일찍이
내가 나에게 물었으나
아직 딱 맞는 답을 못 찾은 나

* 격월간 <좋은문학> 2008년 1.2월호 수록
* 계간 <풍자문학> 2008.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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