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 가전매장 앞을 걷다가
텔레비전 속에서 큰 입을 쩍 벌리는 악어를 보았다
제법 덩치 큰 게 한 마리, 물고기를 잡는 순간
악어가 재빨리 다가가서 그 물고기를 낚아채려 한다
게는 물고기를 놓치지 않으려 용을 쓴다
악어의 힘은 언제나 게를 능가한다
순식간, 게에게 물린 물고기가 악어의 이빨 사이로
옮겨지고 말았다
난 언제나 힘센 놈이 밉다
게가 엉거주춤 서서 악어의 입속으로 사라지는
물고기를 껄떡거리며 쳐다본다
악어가 물고기를 뱃속으로 무자비하게 밀어 넣고는
게에게로 시선을 던진다
아차! 게는 뒷걸음치지만 악어의 입에 덥석 물리고 만다
게는 이빨로 악어를 부지런히 공격하면서
악어의 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사력으로 몸부림친다
게는 한쪽 다리와 이빨이 악어의 입에 물려
떨어져 나가면서 몸이 악어로부터 분리된다
순간 내 오른손이 무릎으로 향했다
아직 건강해서 너무 고마운 내 다리!
게는 절름거리면서 도망을 간다
악어는 도망가는 게를 다시 덥석 집어 문다
내 등뼈에 갑자기 통증이 느껴진다 이런 통증 처음이다
게는 발악하지만 한쪽 다리만 남긴 채
악어의 입속에서 완전히 구겨지고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게의 다리를 악어가 마저
집어삼킨다
악어는 하늘을 보면서 그 큰 입을 쩍쩍
열었다 닫았다 한다
입 큰 동물이 갑자기 싫어진다
이제 나를 본 악어가 텔레비전에서 걸어나온다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진다
우산도 없는 난 꼼짝없이 악어의 위액을
뒤집어쓴 채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공저<새벽안개에 젖은 꿈>(시인정신작가회) (2004.11) 수록
*KBS 사보 제335호(2004.10.14) '사보문단'면에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