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자 · 2 * / 안재동

가로수가 즐비하게 늘어선 어느 대로변,
보행자가 휴식도록 마련된
긴 의자들이 드문드문 눈에 든다

가로수 밑의 저 긴 나무의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이나 낮이나
누군가를 기다릴 것이다

한 사람이 외롭게 와서 앉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와서 앉든
노숙자나 거지가 와서 앉든
잘 차려입은 신사나 숙녀가 와서 앉든
의자는 그들에게 차별 없이
자신의 허리와 등을 내어 줄 것이다

거리의 의자는
페인트를 금방 칠한 양 보이는
새것 같은 의자보다는
허리와 등의 페인트가 다 닳도록
반질반질하고
땟자국도 많은 의자가 훨씬 보기 좋다

* 작가코리아 월간웹진<글쓰는사람들> 2007.2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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