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가을날의 이별 소묘 */ 안재동

송신점과 수신점 사이를
편안하게 달리던
정현파 사이클의 진폭이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한계선을 넘는 진폭
여지없이 다리가 절단된다
진폭이 더욱 커지더니
각선미 곱던 몸체
분쇄기를 통과하는 쓰레기처럼
형편없이 구겨진다

힘차게 뛰던
심장 박동 갑자기 멈추듯
움직임이 정지된 주파수
모니터에서 사라졌다
짜르르 떨던
송수신 시스템 감시 알람
누군가에 의해
딸각!
스위치가 내려진다

고추잠자리들 가득한
푸른 가을 창공
버섯구름처럼 솟아오른
슬픔으로 하얗게 물들고 있다

(※ 2004 어느 초가을 날에...)

*공저<새벽안개에 젖은 꿈>(시인정신작가회) (2004.11) 수록


자칼의 우물	안재동	05·12·03	3283	55
차 한 잔	안재동	05·12·03	3069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