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말 * / 안재동

좋아하는 사람에겐
말을 자꾸만 하고 싶다.
좋은 말이든 불편한 말이든
말이 자꾸 하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말을 가급적 아끼고 싶다.
나쁜 말은 삼가고
좋은 말만 하고 싶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좋은 말조차 아끼고 싶어진다.
좋은 말도 자꾸 하면
느끼하게 여겨질 때 있다.

사랑이 아주 아주 깊어지면
했던 말을
자꾸 되새겨 보게 된다.
좋게 했던 말도
불편한 말 아니었던지
자꾸 신경을 쓴다.

사랑하는 사람은
말 때문에 힘들어질 때 있거나
화살 같이 직선적인 말이
활 시위 같은
곡선이 되기도 하고
활 시위같이 곡선적인 말이
화살 같은
직선이 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때론, 바늘처럼 자그맣던,
사랑하는 사람이 흘리고 간
말 비늘 하나,
수염처럼 점점 길게 자라나서
입이나 머리 혹은 가슴에서
스멀거리기도 한다.

* 월간 <문학21> 2006.4월호 수록
* 작가코리아 월간웹진<글쓰는사람들> 2006.4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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