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여 * / 안재동

명경보다 맑아, 혼탁한 눈으로는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고
너무 아름다워, 때묻은 손으로는
함부로 잡을 수가 없고
너무 단아하여, 흐트러진 자세로는
감히 나란히 있을 수가 없고
너무 겸허하여, 오만한 자세로는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는
그대, 사랑이여.

세월 흐르고 흘러
찬란하고 고매한 그 빛 바래지고
걸인처럼 누추한 모습 되거나
한 쉰 살쯤이나 나이 더 먹은 뒤
그 고운 얼굴 마른 명태처럼
윤기 없이 쭈글쭈글해지더라도,
내 마음 언제나 지금 같게 해다오.
그대, 사랑이여.

목마른 세상에 맑은 단비로 내려
대지의 만물을 소생시키지만
때론
수마나 흙탕물 되어 흐르더라도
내 마음 언제나 지금 같게 해다오.
그대, 사랑이여.

*월간<문학21> 2005년 10월호 수록
*<작가코리아> 월간웹진 10월호 수록


10월	안재동	05·12·03	3948	407
그 이야기의 끝	안재동	05·12·03	3755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