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갠 날은 조깅을 즐긴다 * / 안재동
나는 비 갠 날 조깅을 많이 하는 편이다. 비 갠 날은 대기에 차 있는 먼지나 분진들을 비가 쓸어내어 공기도 맑다. 평소에는 차량 배기가스나 분진 등 각종 스모그 때문에 신경이 영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 갠 날의 조깅이 즐거워서 저녁 식사 후엔 동네 가까이 있는 체육공원을 달리고 또 달린다.
몇 년 전에 '투모로우'란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산업화나 차량의 증가 등으로 대기오염 등으로 발생된 각종 오염이 지구상에 누적되어 끝내 지구에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게 되는 내용의 영화로, 향후 지구의 운명을 알리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투모로우'란 영화를 보는 이에 따라서는 도저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로 가볍게 넘기면서 그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단순한 오락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영화야말로 인류에게 꼭 전달하고자 하는 경고적 내용들이 담겨 있는 제법 교육적인 영화라고 여겨진다.
첨단기술이나 굵직한 세계적 사건 등 실제로 이미 오래 전에 어느 영화에선가 연출됐던 장면들이 오늘날 현실화 된 상황이라면 이 영화도 어디 예사롭게만 넘길 일이겠는가.
이 영화처럼 인류의 앞날을 예고 또는 경고하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 인류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던져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그런데 '투모로우'란 영화가 아니라도 우린 오래 전부터 이미 자연재앙과 관련된 현상을 뜻하는 '엘니뇨'니 '라니냐'니 하는 말들을 심심찮게 들어 왔지 않은가.
처음 그 용어들이 등장했을 땐 향후 재앙에 직면할 지구의 미래 모습을 생각하면서 좀 두려워하기도 했고 기업체 신입사원 채용시험의 일반상식 문제에 약방에 감초처럼 그 용어의 뜻을 묻는 문제가 한 개는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이젠 다들 만성이 된 모양이다.
나는 운전을 하다 간혹 내 옆 또는 내 앞에서 달리는 차량 중에 연소가 시커먼 연기를 내 뿜으며 달리는 차량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내 차 안으로 매연이 들어 올까봐 얼른 차창을 닫아버린다. 그리고 너무 불쾌한 생각이 든 나머지 아주 신경질까지 난다. 어서 그 차가 지나가 주기를 바라거나 멀찌감치 거리를 두지만 가급적 아예 내가 추월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런 차량들은 대개 용달차나 트럭과 같은 짐 운반용이고 노후차량들이지만 새 차량에서도 가끔 그런 현상이 눈에 띌 때는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금할 길 없다. 마음 같아선 그런 차량 운전자들을 붙잡고 차를 좀 고쳐라 바꿔라 하면서 따지고 싶지만 마음뿐이지 어디 가능한 일이겠는가.
연중 푸른 하늘을 몇 차례 볼 수 없을 정도로 서울 상공을 오염시키는 원인들 중에는 바로 그런 차량들이 일조한 것도 있으리라 점을 생각하면 속이 끓어오를 때가 많다. 하지만 정의란 이름으로 개인적으로 나서 싸우거나 기관에서 단속한다고 해서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각 차량 운전자들 스스로가 대기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의기의식을 갖고 양심적으로 그리고 성의 있게 차량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않을 테니까.
2004년 5월 중순에는 회사 업무차 인도네시아의 발리란 섬에 다녀 왔다. 인도네시아의 17,000여 개의 섬들 중 하나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관광지이다. 발리의 면적은 제주도의 3배 정도이고 인구 역시 제주도의 3배 정도라고 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란 TV 방송 드라마가 그당시 인기리에 방영 된 적도 있고 하여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회사 업무차 가는 길이고 임무도 만만치 않았기에 부담도 좀 됐다. 하지만 나도 이젠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휴양지로 소문난 그 곳엘 가보게 되는구나 하고 내심 흥이 났다.
그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내내 설렐 정도였다. 발리의 덴파사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부터 숙소인 누사두아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때 펼쳐지는 그 곳의 풍경은 이곳과는 많이 달라서 내겐 사뭇 관심거리였고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동중 이내 신경이 좀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 다름 아닌 발리의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색 유독성 가스 때문이었다. 발리에 있는 차량들은 대부분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아마 가격이 싼 때문 아니겠는가 싶긴 했지만 매캐한 배기가스 냄새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야 매연을 내뿜는 차 때문에 열 받는 일이 이미 흔한 일이지만 원시림 감상과 맑은 공기를 원 없이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크게 기대했던 그 곳마저 또 그런 상태일 줄이야.
도로나 숙박단지를 벗어나면 매연과 직접 맞닥뜨릴 일은 없지만 그 인상으로 발리의 시골 공기조차도 아주 맑은 것 같지가 않았다. 발리의 차량들에서 발생된 매연이 그 곳에서 자연 소멸되진 않을 테고 어디론가 날려가겠지만 어느 상공으로 떠돌다 언젠가는 인간이나 생물체에 해로운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게 뻔하다.
발리의 아름다움은 자연적인 모습에서 조명되기보다는 고급 숙박시설 밀집지역에서 조명되고 있었다. 특이하게 디자인된 건축물들이 아름다운 식물들과 어우러져 마치 미술작품을 보듯 했는데 그것들은 모두가 조경학적인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꾸며 놓은 것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발리의 모습은 아니란 생각이다. 자연적이기보다는 인공적인 모습을 보고 다들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모양일 수밖에.
우리가 여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리 관련 각종 안내 팜플렛이나 여행전문지에 실린 아름다운 장면들은 바로 그런 작위적 모습 바로 그것을 보는 셈이다. 발리만큼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리아 빈탄'이라든가 태국의 '푸껫', 말레이시아의 '채러팅'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관광지들도 모두 이와 유사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작위적 아름다움을 위해 원시상태의 환경은 얼마나 훼손되었을 것이며 오염은 얼마나 가중되었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여러 곳에 제 모습을 잃은 산과 들이 흔하다. 골프장이니 콘도니 주택부지 조성이니 하면서 우리 강토의 구석구석이 난개발되면서 끝없이 훼손당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산자수명한 데가 있다 소문나면 금새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깨거나 부수고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까지도 버리고 가는 바람에 잘 관리도 되지 않고 그 결과 원상이 금새 달라져 버리곤 한다. 이런 추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각 나라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리라.
서울시내에 자동차 등록대수가 이미 천만 대를 훌쩍 넘어섰다니, 날마다 그렇게 많은 차량들에서 배출되는 가스가 다 어디로 갈까? 어느 신문 보도에 의하면, 그리스의 아테네란 곳에서 지난 1995년 대기 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매년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자 3개월 간 시내 중심가에 자동차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는데 12여년이 지난 요즘에도 상황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다.
자동차 매연으로 거리에는 오렌지 나무가 즐비하지만 아무도 그 열매를 따먹지 않는다고 하며, 차량 2부제 운행을 실시하니 시민들이 2부제를 피하기 위해 1인당 2대의 차를 보유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오히려 대기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리스의 스콜 리키디스란 산성부식연구가가 논문을 통해 "아테네의 고대 그리스 유적이 지난 2400여 년에 걸쳐 부식된 것보다 최근 20년간 공기 오염에 의해 부식된 정도가 더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지만, 어디 이런 현상이 그리스에서 뿐이겠는가.
세계 각국에서 발생되는 공통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또한 하늘 땅 바다 가릴 것 없이 지구상 곳곳에서 오염은 인구증가 속도만큼이나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지구 오염의 한계를 넘어서면 바로 영화 '투모로우'에서 경고하듯이 지구멸망적 대재앙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20년 안에 기후변화로 인해 전지구적 재난이 일어날 것이며, 이것이 종교 갈등이나 테러 등의 기존 요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안보위협 요인이 될 것임을 경고하는 비밀보고서까지 미국 국방부가 작성했다는 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나 개인적으로도 그런 일이 정말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러한 사실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사람들은 끝없이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리 아니면 우리 후손들이 그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게 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