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이거스와 무한창조의 정신 * / 안재동
우리는 지금 컴퓨터 문명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편의시설로 이른바 웰빙생활을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컴덱스(COMDEX)! 아마 컴덱스란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안다.
컴덱스의 원조는 미국이라 할 수 있다. 컴덱스는 원래 미국에서 해마다 봄과 가을에 정례적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관련 전시회로 ‘Computer Dealers Exposition’의 줄임말이다.
1979년 인터페이스사에 의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형 컴퓨터 소매업자 등을 중심으로 행사가 시작되었고 1990년부터 시작된 봄 전시회는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에서 열리지만 가을에는 대부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가을에 열린다고 하여 ‘컴덱스 폴(COMDEX FALL)’로 불리며 컴덱스 행사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가을 전시회는 특히 다음해 컴퓨터 시장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된다. 1994년까지는 미국의 전시전문업체인 인터페이스사가 주최해 왔으나 1995년 봄 일본계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운영권을 800억 엔에 사들였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가 도박과 게임으로 유명한 도시인줄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컴덱스가 해마다 “예년보다 조용하거나 썰렁했다”거나 “올해는 문전성시였다”거나 하는 식으로 행사관련 보도가 조금씩 달리 나가지만, 그런 보도들은 참관인 숫자로 따져 본 그저 피상적이요 단편적인 시각의 발로일 뿐, 컴덱스의 본원적 의미와 가치로 집히진 않는다.
어떤 해의 경우 다소 침체돼 보였다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그 이전 해에는 매우 활기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일시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된다 해도 차후에는 또 활기를 띌 수가 있다.
따라서, 라스베이거스의 컴덱스는 참가 회사나 참관자수 정도만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논리가 아닌,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의 특유한 역사와 환경, 경제 등의 기준에서 이해와 평가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해에 따라 양적으로는 몇몇 세계적 기업들이 불참하거나 관람객 수가 눈에 띄게 줄 때도 있겠지만, 질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 HP 등 세계 굴지의 IT(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 관련 기업들의 여전한 축제와 쇼의 무대요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용들에겐 사활을 건 홍보마당이나 다름없다.
컴덱스 외에도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미국 방송사업자들의 자율기구)의 방송장비 전시회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연중 수시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지지만, 특히 컴덱스는 오랫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정례적으로 개최되는 관계로 라스베이거스가 발전하고 융성하는 데 적지 않은 몫을 담당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수십만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2백만여 명에 이른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는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컴덱스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온 라스베이거스 행정가들의 전략이 크게 효과를 본 것으로 생각된다. 즉 기존의 ‘카지노 큰 마당’ 에서 ‘IT 큰 마당’이란 이미지를 하나 더 추가해 멀티 이미지(Multi Image)화 작업을 자체적으로 열심히 추진해 온 데 따른 결실인 셈이다.
이와 같은 기조로 라스베이거스라는 네임 밸류(Name Value)는 날이 갈수록 크게 높아 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인구가 나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바로 그런데 있지 않을까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컴덱스 기간 중에는 수십만 명의 외부 손님들이 방문하지만, 그 때를 노리고 호텔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그들의 서비스에 대한 코스트를 대폭 올리지는 않는다. 10불($) 정도면 웬만한 호텔에서 한 끼 뷔페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5불 정도면 비프 스테이크(Beef Stake)를 위주로한 훌륭한 식탁에 앉을 수도 있다.
호텔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다 돈이 다 털리면 호텔에서 무료로 식사 제공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호텔마다 카지노에서 고객들을 많이 유치하기 위한 상술 이긴 하겠지만, 각 호텔마다의 이러한 크고 작은 서비스 전략 하나 하나가 라스베이거스 전체의 특이한 이미지인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시내는 별천지나 다름없이 휘황찬란하지만 시가지를 약간만이라도 벗어나면 사방이 마치 서부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삭막하고 척박한 벌판만 눈에 띌 뿐이다.
그런데 최초에 누가 그런 불모지에 도시를 세우자고 했던 것인지, 그 발상은 대체 어디에서 나왔던 것인지, 또 불가능을 현실적 성공으로 이어지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한 점들이 많다. 사막의 가운데에 신기루 같으나 현실적인 오아시스를 건설할 수 있었던 그들의 도전적이고 개척적이며 무한 창조의 정신과 저력이 신기할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게임과 도박의 도시’, ‘사막 위에 세워진 인공 오아시스’, ‘첨단 IT 산업 전시장’이란 점 등 3가지는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의 복합적 상징으로 굳어지게 됐고, 아마도 그것은 그들(라스베이거스 시 운영 주체들)의 지능적인 계산과 의도가 기획과 운영에 철저하게 반영되었을 것이며, 이렇든 저렇든 그것 역시 라스베이거스다운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모든 것들은 그들 특유의 가공할 비즈니스 마인드와 서비스 정신의 산물, 즉 그들만의 노하우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선은 어떠한가. 그곳은 ‘게임과 도박’이나 ‘오지’에 위치했다는 것 등에서만 다소 유사할 뿐, 라스베이거스와 견주기엔 아직은 모든 것들이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우리는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에서도 라스베이거스의 철저한 프로 근성을 닮아가야겠지만, 특히 그들의 불굴의 비즈니스와 서비스 정신, 개척정신 등을 배우려 애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IT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은 라스베이거스란 도시가 도박과 게임 산업으로 먹고산다는 사실 한 가지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 라스베이거스가 사막 한가운데서 무에서 유로 창조된 풍요의 도시라는 외형적 사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의 무한 창조 정신과 개척의 열정으로 집약되는 내면적 모습도 아울러 배워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중소 도시들도 외국의 선진 도시들에서 어떤 것을 본받고 배우는데 대해 자존심을 상해할 일이 아니라, 특히 라스베이거스와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공의 꽃을 피운 특화된 도시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여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로 명성을 날리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스토리문학》2005년 2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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