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 안재동
올라야 한다. 무조건 올라야 한다. 높은 곳으로, 더욱 높은 곳으로. 그래서 정복해야 한다.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은 모두가 정복의 대상이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정복의 대상이다. 작은 능선에서부터 에베레스트까지 사람이 정복하지 않은 산이 있던가.지구 밖의 달까지도 인간의 발자국을 남졌다. 화성에까지 우주선을 착륙시킬 인간의 집요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오르고자 하는 욕망, 그것은 어쩌면 인류의 문명을 진보시킨 인간의 가장 위대한 본성이리라.
나도 오르고 싶다. 어디론가 오르고 싶다. 내 위에 있는 것이 그 무엇이든 오르고 또 올라서 내 아래에 존재하게 만들고 싶다. 내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큼 시원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나보다 더 빨리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 자들도 있다. 어느 순간엔 저들이 내 위에서 눈을 내리깔고 날 비웃듯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저들은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달하고자 무슨 방법을 쓸까? 아마 나도 모르는 벼라 별별 방법을 다 쓸 것이다. 만일 가장 높은 곳에 저들이 나보다 먼저 도달한다면 저들을 어떻게 밀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내가 면저 도달한다면 난 그곳을 무슨 방법으로 영원히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아무튼, 사람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 산을 오르는 일에도 신명나 하고, 높은 명예와 명성을 얻으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다시피 한다. 직장이나 조직에서는 단 한 계급이라도 남보다 더 빨리 승진하고자 자신이 가진 것과 심신 등 모두를 올인 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남보다 좀 낮다는 것보다 높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사람들이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위치에 이르고자 목숨 걸듯 기를 쓰겠는가?
아마도 높다는 것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존재를 쉬 내려다 볼 수 있고, 그리하여 지배적인 존재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우러러보이는 입장에 설 수가 있다. 반면에 남을 우러러보는 입장에 설 수도 있다. 대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양자에 다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우러러보이는 편에 있다 하더라도 최고의 위치가 아니면 완전한 만족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윗자리에 누가 있는 한은 기어코 그 존재를 쓰러트리거나 양보를 받아내서라도 올라서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적 욕구라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런 욕구는 어느 누구에게나 내면에 잠재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드물긴 하지만, "권세도 명예도 다 싫어. 그저 평범하게 초야에 묻혀 조용히 살고만 싶네‥‥‥." 라면서, 높은 곳에 대해서는 뜻밖에 아주 초연한 자세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의 사람들은 일정 지배적 위치에 있다가 경쟁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밀려나면서 회의를 느끼고 투지마저 상실한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라면 높은 자리를 아예 넘볼만한 힘이 없을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높은 자리 혹은 권력에 한 번 맛 들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그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무슨 짓이든 다 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도 골육상쟁의 사례가 숱하게 기록되어 있으니까. 결국. 또 다른 강력한 힘의 존재에 의해 비참하게 밀려나는 일도 허다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이 보여주는 가장 추한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역으로, 만인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될 때는, 혹은 이런저런 비리로 물의를 빚었을 때는 그 자리를 즉시 다른 사람에게 미련 없이 내어주고 물러나는 행동이야말로 분명 아름다운 자세일 것이다.
*《한국수필》2007년 7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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