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 안재동
나는 요즘 일요일이나 법정공휴일 등 쉬는 날은 주로 등산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산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등산을 하면 근력筋力이 강화되고 심폐기능이 향상되어 혈액순환이 활발해질 뿐만 아니라 혈압도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혈액 내의 베타 엔돌핀(체내 모르핀과 같은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란 것이 상승하여 만족감이나 자신감 등을 느껴 정신 건강에도 참 좋다고 한다.
난 불과 두서너 해 전까지도 등산을 즐기지 않았다. 사내 등산동호회나 부서 직원들이 등산을 가자고 할 때는 일부러 빠지고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회사의 공식 체육대회 때의 등산에나 겨우 따라다닐 정도였다. 등산보다는 다른 데 시간을 더 쓰고 싶었고 등산을 하지 않아도 내 건강은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등산은 물론 다른 운동에도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체중도 많이 불어나고 일상적으로 피로감이 많이 느껴졌다. 사내 직원대상 정기 건강검진 때는 지방간이 좀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의사 소견은 운동부족이 주요 원인이라 했다. 신문의 건강 코너에서 당뇨병이 어떻고 혈압이 어떻고 하는 기사를 읽거나 주위에서 누가 그런 질환으로 죽었다는 얘길 듣기라도 하면 덜컥 겁이 나곤 했다. 그래서 이젠 정말 운동을 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절한 운동거리를 찾다보니 그래도 내겐 제일 만만한 게 등산이었던지, 결국 등산을 택하게 되었다.
아무튼 등산을 나름대로 게을리 하지 않은 결과 지금은 지방간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그렇듯 등산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육체적인 면에도 효과가 있고 스트레스 해소 등 정신적인 면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 어찌 좋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직장인들은 대개 말단 신입사원으로 같은 선상에서 출발은 하겠지만 언젠가는 각자 목표로 하는 높은 지위에 오르는 꿈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처음에는 선배나 동료들이 별로 의식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한 경쟁구도 속으로 파묻히게 된다. 그러다가 중견급 사원이 되면서부터는 승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지고 무난하게 목표한 지위까지 올라갔을 때 비로소 성취감과 보람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끝없이 노력했는데도 자신이 탈락되고 입사동기나 후배들에게 추월당해 그들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 입장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경우는 괜히 마음이 동요되고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요즘은 어느 직장에서건 그런 현상이 흔하다고는 해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쉽게 수용할 정도로 마음의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부족 탓에 끝나지 않고 세상을 원망하고 심하면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더욱이 구조조정과 같은 큰바람이 불 때는 위기에 봉착되기도 한다. 끝내 회사에서 잘리거나 스스로 인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어쨌든 삶에 있어 누구든 슬럼프에 빠져들 수가 있고, 그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적절히 다스릴 줄 아는 슬기가 필요할 것이다. 마음이 갑갑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땐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대체로 운동 쪽으로 스트레스 해결법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 골프, 요트, 조깅, 테니스, 탁구 등 여러 가지 운동 중 그리 과격하지도 않고 비용도 크게 들지도 않으며 차분히 움직이면서 시간도 적절히 보낼 수 있는 운동은 아무래도 등산이 아닐까 한다.
등산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느끼는 사항이 있다. 산은 한결같이 꼭대기가 있고 바닥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산을 올라갈 때는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내려갈 때는 올라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등산은 확실히 땀을 많이 흘리게 하고 전신운동이 되게 한다. 그렇지만 너무 욕심을 내어 과격하게 산을 타면 다치거나 쓰러지기 쉽다. 그리고 일단 산 정상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고 잠시 머무르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보편적 진리와 같은 셈이다. 어느 직장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구성원들이 일정 지위에 일단 도달하면 그 자리에 대한 수성은 시간적으로 얼마나 길고 짧게 유지되느냐의 차이일 뿐, 반드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그와 같이 한 주기의 인생살이를 돌아보는 듯한 현상을 느끼게 된다. 산은 마치 우리네 인생을 압축한 모습이요 삶의 단면도처럼 보인다. 직장 일로 마음이 우울할 때 등산을 하면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기분이 금세 풀어진다. 마음도 편안히 가라앉힐 수 있고 위로가 되어 좋다. 산은 그렇게 말없이 사람의 마음을 달래고 일깨워 준다.
산은 나무들을 발육시켜 숲을 만들고 그 숲 속에서 사람들을 쉴 수 있게 한다. 산의 구석구석에 저장해둔 물로 폭포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시원함을 느끼게 하거나, 사람의 주검을 자기 몸속으로 말없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실수로든 고의로든 불을 지르거나 이런 저런 공사로 몸통을 절단해도 불평 한마디 없다.
산은 여러 가지로 사람들에게 고마운 존재이다.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좋은 모습만 보여줄 뿐 자신을 위해 뭘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산은 그런 점이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때론 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가져보기도 한다.
나는 등산할 때 이 산 저 산 번갈아 오르지만 집에서 크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인 강화도 마니산에 자주 간다. 마니산 중턱에서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 그루의 단풍나무와 물푸레나무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부부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모양새다. 산과 나무, 사람, 인생……. 무엇 하나 별 개로 떼 놓고 생각할 일은 없는 것 같다.
“산에 남길 것은 발자국이고 가져 갈 것은 추억뿐.”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이 산에서 가져가는 것은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해소, 주위가 확 트인 경관을 보는 즐거움, 삶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 등 좋은 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남기고 가는 것은 쓰레기나 자연훼손 등과 같이 해로운 것들 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 내 나이도 벌써 사십대 종반으로 성큼 접어들었다. 나는 직장인이고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정년을 마칠 때까지 근무할 수 있을지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중도 하차하게 될지 모를 일이며, 사실 걱정이 앞선다. 어떤 형태로든 직장을 잃게 된 사람들의 가장 다정한 친구는 바로 산이라고 생각한다. 산은 말이 없지만 사람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고 때론 사람을 위로해 준다. 나 같은 경우는 산 없이는 세상이 너무 삭막할 것 같고 무료함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니 산은 우리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란 생각도 든다. 죽어서도 우리 몸을 포근하게 받아줄 어머니 같은 존재이기도 할 것이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이나 허허벌판뿐인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 격월간 <수필시대> 2006.5·6월호,
* 격월간 <한국수필> 2006.5·6월호 수록
--------------- 《한국수필》2007년 8월호 월평 (2007년 7월호 수록분) -------------
안재동의 <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란 작품은 삶에 있어 누구든 슬럼프에 빠져들 수가 있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적절히 다스릴 줄 아는슬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이 갑갑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땐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대체로 스트레스 해결법을 비용도 크게 들지도 않는 게 등산이 아닐까라고 들려주었다.
[등산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느끼는 사항이 있다. 산은 한결 같이 꼭대기가 있고 바닥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산을 올라갈 때는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내려갈 때는 올라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등산은 확실히 땀을 많이 흘리게 하고 전신운동이 되게 한다. 그렇지만 너무 욕심을 내어 과격하게 산을 타면 다치거나 쓰러지기 쉽다. 그리고 일단 산 정상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고 잠시 머무르다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는 보편적 진리와 같은 셈이다. 어느 직장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구성원들이 일정 지위에 일단 도달하면 그 자리에 대한 수성은 시간적으로 얼마나 길고 짧게 유지되느냐의 차이일 뿐 반드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등산을 하다 보면 그와 같이한 주기의 인생살이를 돌아보는 듯한 현상을 느끼게 한다. 산은 마치 우리네 인생을 압축한 모습이요 삶의 단면도처럼 보인다. 직장 일로 마음이 우울할 때 등산을 하면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기분이 금세 풀어진다. 마음도 편안히 가라앉힐 수 있고 위로가 되어 좋다. 산은 그렇게 말없이 사람의 마음을 달래고 일깨워준다.]
등산의 경험을 잘 들려주고 있다. 산파 인생의 삶에다 비교하면서 '산은 나무들을 발육시켜 숲을 만들고 그 숲 속에서 사람들을 쉴 수 있게 한다. 산의 구석구석에 저장해둔 물로 폭포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시원함을 느끼게 하거나 사람의 주검을 자기 몸속으로 말없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라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산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실수든 고의든 블로, 또는 이런 저런 공사로 몸통을 절단해도 한마디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도 토로했다.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좋은 모습만 보여줄 뿐 자신을 위해 뭘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며, 화자는 그래서 때론 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가져보기도 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
― 김홍은(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 문예한국. 한국문인, 수필과비평 편집위원. 충북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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