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사람들 * / 안재동
친구간 또는 가족간, 직장동료간, 이웃간... 사소한 이해관계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물불 안리 듯 혹은 사생 결단코 서로 싸우거나 자신에게 가해지는 자그마한 고통마저 참아내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는지? 이러한 현상이 사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너무 흔한 현상들이어서 새삼 말하기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민족이 일제에 의해 나라를 잃었을 때는 우리의 선조가 독립운동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민족 혼이나 민족자존을 지키는 일련의 활동에 목숨을 걸기도 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오늘날 독립 주권 국가로서 전 세계에 국명과 국력을 자랑하고 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렇다. 그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면면히 이어 온 민족의 역사와 전통은 물론 우리 민족 고유의 뚝심과 창조력, 정서 등이 총체적으로 얽힌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민은 다들 어떤 일에 과연 소중한 목숨을 걸고 있는가?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일에? 아니면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거나 국위를 선양하는 일에? 후손과 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해 헌신하는 일에? 하지만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어떤 급부적인 대가 없이(과거 선조들이 독립투쟁을 위해 자발적으로 그랬던 것처럼)는 나라를 위해 혹은 사회를 위해, 더 작게는 이웃을 위해서도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들 자화상은 아닐까?
이나라 정치인들의 볼썽사나운 정치적 행위는 물론, 심지어 젊은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이행해야 할 국방의무까지도 어떻게 하면 좀 피해볼까 하는 일에 몸부림치거나 목숨 걸지는 않는지? 또는 외교관이나 스포츠인들 같은 경우에도 민족의 자긍심 고양이나 국위를 선양하는 일 등에도 본연의 자세를 떠나 일신영달적 계산 앞에 목숨 걸 듯 행동하지는 않는지? 심지어 액수의 과다를 막론하고 돈이나 금품을 노리고서 또는 개인간의 사소한 이해관계나 감정 따위조차 주체하지 못하여 간단하게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흔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그저 그렇거니 하고 바라보는, 어쩌면 과거완 달리 이젠 무감각해질 대로 무감각해진 우리 자신의 감각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벌써 그렇게 변해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오늘날 우리 사회는 구석구석이 병들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병든 정도가 아니라, 사사건건 목숨 걸듯 싸우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법계, 경제계, 의료계, 교육계, 문화계... 어느 한 구석이라도 깨끗한 곳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한 데에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그 얘길 제대로 하자면 정말 밑도 끝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결론이 안 나올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 모두는 그 원인과 책임이 누구 누구의 책임이다...라는 식의 '바로 내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이라는 마음을 가지는 자세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
가정은 물론 사회와 국가 역시 결코 어느 한 사람만의 힘으로 유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쓰러지는 나무는 누군가가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쓰러진 나무는 누군가 치워야 한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볼썽사나운 쓰레기도 누군가가 나서서 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사회의 곳곳이 쓰러져 가거나 쓰러져 있지는 않은지?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제 발등의 불이 아니니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지는 않은지?
왜 사소한 일들에 목숨 걸 듯 움직여야 하는지?
우리시대 우리의 가치관은 어떠한 것인지, 우리의 진정한 자화상은 어떠한 것인지를 가끔씩이라도 우리 자신에게 반문해보자.
|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