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의 자서전 >>>
시인의 자서전은 그가 쓴 시이다.
그 밖의 것은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은 그의 감정·사상·행동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독자에게
자기 모습을 보일 의무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진실 그대로 가차없이 자기 몸을
내맡긴다는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시인에게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시인이 자기 인격을 둘로 나누어 보라 - 한 쪽은 현실인,
다른 한 쪽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그러면 자기가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것을
어차피 알게 된다.
랭보는 흑인 노예 매매인이 되어
시적(詩的) 이상과 모순되는 행동을
했을 때 글쓰기를 중지하였다.
그것은 성실한 해결 방법이었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생활과 시가
이미 일치하지 않게 되었을 때조차
끈덕지게 글을 쓰겠다고 덤빈다.
그럴 때 시는 그들을 버림으로써 복수한다.
그들의 시는 원한을 품은 여자처럼
허위는 물론 반진실(半眞實)까지도
용서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라.
그리고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입 밖에 내었는가는 고사하고
몇 번이나 침묵이 편하다고 좋아했는가를
말해 보라.
그 동지들이 만들어 내었을
것임에 틀림없는 "침묵은 금이다"라는
알리바이를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 예프투셴코(러시아 수필가),
<어느 조숙한 시인의 자서전>에서
|
얘야, 참 맑은 눈을 가졌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