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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안재동  2006-10-13 00:10:01, 조회 : 404, 추천 : 78
  
격월간 <복지>(한국한센복지협회 기관지)
2006. 9-10월호

*수록작품: (수필) '아름다운 환자'






                                 * 아름다운 환자 * /  안재동


나의 직장 동료 중엔 암환자가 한 명 있다. 한 자리나 두 자리 건너도 아닌 바로
내 옆자리에 계신 분이다. 다른 부서로부터 내가 근무하는 부서로 전입 오신 지
몇 달도 채 안 되어 그분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나보단 나이가 여덟 살
많은, 올해로 쉰여섯이 되셨다 한다. 슬하엔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두었는데
맏이인 아들은 군 복무를 마친 뒤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고
딸은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에 다닌다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조강지처인
부인도 있다는 분이니 그만하면 자식 교육도 잘 시켰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셈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한 가지, 애석한 점은 그 형씨가 암환자란 사실이다.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주기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하는데, 수술받은 시점도
일 년이 채 안 지났다고 한다. 암이 어떤 병인가? 병 중에 가장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암에 일단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고, 수술이 잘되어도 몇 년 더 살고
못 살고의 차이일 뿐, 시한부 인생이란 충격과 절망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암환자들의 일반적 심리 아니던가. 그래서 암보험이란 것도 생겨나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은 암치료법의 발달로 암도 큰 병이 아니라고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굉장히 무섭고 사람 개인의 성향이나 발견 병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병임엔 틀림없는 사실 아니겠는가. 그래서 암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늘
걱정스럽고 우울한 기분으로 지내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암환자는 심리적
부담과 치료과정에 따른 고통이 얼굴과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게
마련이어서 정상인이 암환자와 대화를 하거나 마주할 땐 굉장히 조심스럽고
때론 불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 옆자리의 형씨에게선 참으로 특이하게도, 전혀 암환자 같은 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대화를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할 때도 부담감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술도 좋아하는 편이어서 예전처럼 여전히 드신다 하고 담배도
피우신다 한다. 의사는 형씨에게 술과 담배를 금하라 하였다 함에도 그러시는
점은 건강에 좋을 리 만무하겠지만 본인의 고집인지라 꺾을 수도 없고 간섭할
권한인들 더더군다나 뉘라 있겠는가.

형씨는 술뿐만이 아니라 음식 또한 왕성하게 드시는 점도 놀랍고 점심 후
직원끼리 갖는 걷기운동에도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가장 열심일
정도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항상 밝은 대화 자세와 웃는 얼굴을 잃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농담도 자주 하는 편이며 붉은색이나 청색 계열 등 유색의
티를 즐겨 입으시기도 한다. 나이도 제법 있는 편인데다가 환자이니 그런 젊고
밝은 느낌을 주는 색을 입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암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로서의 풍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런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형씨의 경우 대장암이 초기(2기 정도)에
발견되어 수술이나 치료과정상 다른 암환자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생이나
심리적 중압감이 덜해서 일진 모르겠지만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선 굉장히
위험하다는 특성이 있다고 들은 바가 있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형씨의 그런
모습은 참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사내에 암환자는 그 형씨만이 아니다. 이런저런 암으로 수술을
받은 후로도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암환자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다들
한결같이 정상인보다는 기가 사실상 한풀은 죽은 모습이다. 하지만, 형씨는
정상인보다 기가 되려 한풀은 더 살아 있는 것 같아 놀라울 따름이다.
때문에 주위의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형씨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나보고 아무리 환자라고 하더라도 내가 나 자신을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환자가 아닌 것 아니겠느냐."

누구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병으로 자신이 몸이 아프고 힘들 땐 당연히 얼굴을
찡그리고 웃음을 잃게 되어 주위의 분위기가 침울해지게 마련이겠지만,
형씨처럼 자기 관리와 병에 대한 심리전에서 이겨낼 수만 있다면 주위사람에게
늘 씩씩하고 온화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꽃보다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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